“벌이 없는데 싼 대출은 무슨… 현금 지원 같은 통 큰 결단 왜 없나”

“벌이 없는데 싼 대출은 무슨… 현금 지원 같은 통 큰 결단 왜 없나”

임주형 기자
임주형, 홍인기, 윤연정 기자
입력 2020-03-19 22:46
업데이트 2020-03-20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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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민생 대책… 현장선 볼멘소리

“저신용자에겐 저리 대출도 그림의 떡
요구하는 서류도 너무 많고 복잡” 분통

현금 푸는 美·日은 재난소득 추진하는데
文이 주문한 ‘창조적 발상’과도 거리 멀어

홍남기 “2차 추경 논의될 것” 공식 시사
전문가 “신용등급평가 개선 등 조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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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리 대출을 지원해도 큰 도움은 안 될 겁니다. 지금 당장 벌이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현금 지원 같은 통 큰 결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서울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54세 이모씨)

“정부가 저리로 자금을 빌려준다지만 저신용자인 제가 과연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요구하는 서류도 너무 많고 복잡합니다.”(부산에서 카페를 하는 42세 황모씨)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 주재한 비상경제회의는 가장 타격이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연 1.5% 초저금리 대출 공급 확대와 전 금융권의 기존 대출원금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이 패키지로 나왔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이 재난기본소득 지급까지 검토 중인 상황에서 여전히 소극적인 지원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이 비상시국에 걸맞은 창조적 발상과 정책적 상상력을 주문한 정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날 대책에서 정부가 초점을 맞춘 건 지원 자금이 신속하게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흘러들어 가도록 한 것이다. 앞서 발표된 코로나19 대책을 통해 현재도 기업은행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을 통해 저금리 자금이 공급되고 있지만, 이들 기관에 대출 신청이 폭주하면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이날 12조원 규모의 연 1.5% 초저금리 긴급경영자금 신규 공급을 결정하면서 3조 5000억원(29.2%)은 시중은행이 취급하도록 했다. 대출 창구를 늘려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전 금융권이 기존 대출 원금 만기를 6개월 이상 연장해 주고, 이자 납입도 미뤄 주기로 한 것도 취약계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저신용자는 은행에 비해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과 보험, 카드사 등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데 이들도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 지원 대상에 코로나19 피해자가 추가되고,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코로나19 때문에 발생한 소상공인의 연체채권 2조원어치를 매입해 채무조정을 지원한다. 기술보증기금 등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받는 대출에 대해 5조 5000억원 상당의 특례보증도 지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는 미증유의 위기인 지금 사태를 극복할 수 없다며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건 옳은 방향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미흡한 만큼 이번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특히 어려움이 심각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은 국민 공감대가 어느 정도 서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정부 대책에도 기존 대출자나 저신용자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며 “각박한 신용등급 평가방법을 개선하는 등 과감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회의 결과 합동브리핑에서 “경제 위기 사태 극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면서 필요한 재원 문제를 같이 검토할 것”이라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은 이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2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공식 시사한 건 처음이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서울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0-03-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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