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총리 “연료통이 비었다” 전격 사임

뉴질랜드 총리 “연료통이 비었다” 전격 사임

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입력 2023-01-20 02:11
업데이트 2023-01-2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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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여성 ‘저신다 마니아’ 열풍
고물가에 인기↓… 정계은퇴 수순
배우자에 “우리도 결혼식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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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신다 아던(오른쪽) 뉴질랜드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노동당 의원총회장에서 총리 사임을 전격 발표한 직후 기자회견장에 함께 있던 사실혼 배우자인 클라크 게이퍼드와 포옹하고 있다. 네이피어 AP 연합뉴스
저신다 아던(오른쪽) 뉴질랜드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노동당 의원총회장에서 총리 사임을 전격 발표한 직후 기자회견장에 함께 있던 사실혼 배우자인 클라크 게이퍼드와 포옹하고 있다.
네이피어 AP 연합뉴스
“나도 인간이다. 에너지가 고갈됐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차기 총선에도 불출마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정계 은퇴’ 수순이다.

아던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7일까지 물러날 예정이며 올해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던 총리는 “총리직은 연료통(tank)이 가득 차 있지 않는 한 수행할 수도, 수행해서도 안 된다”며 “지난여름을 돌아본 결과 내게 더이상 총리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탱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7년 37세의 나이로 뉴질랜드 최연소 총리이자 뉴질랜드 세 번째 여성 지도자에 올라 ‘저신다 마니아’ 열풍을 낳았다. 뉴질랜드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총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총리로 활동하던 2018년 6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 클라크 게이퍼드와의 사이에서 딸 니브 테이 아로하를 낳은 뒤 6주 출산휴가를 다녀오고, 모유 수유를 위해 3개월 된 딸과 유엔총회에 당당히 등장해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2019년 51명이 사망한 뉴질랜드 최악의 테러에 대처해 히잡을 쓴 채 무슬림 유족을 위로하는 한편 강력한 총기 규제를 도입한 그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리고 국경을 봉쇄해 국제적인 모범 사례로 회자됐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하며 재집권에 성공한 배경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물가가 치솟아 국민의 생활이 빠듯해지자 그의 인기는 빠르게 식었다. 지난달에는 마이크가 켜진 것도 모르고 야당 대표에게 ‘거만한 멍청이’라는 혼잣말을 했다가 궁지에 몰리며 차기 지도자 선호도에서 30% 선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퇴임 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딸이 올해 학교에 들어갈 때 함께 그곳에 가는 엄마가 되고 싶다”며 현장에 함께 있던 배우자에게 “이제 우리도 결혼식을 올리자”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김성은 기자
2023-01-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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