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반건설, 8조 그룹지배권 ‘꼼수 승계’

‘자본금 5억’ 장남 소유 ㈜호반에 10년간 계열사 일감 최대 99% 몰아주기
입력: ‘19-07-14 22:24 / 수정: ‘19-07-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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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회장, 편법으로 ㈜호반 매출 불려
호반건설과 합병 뒤 장남 1대 주주 올라
당시 대기업 아니라 공정거래법 규제 제외
합병비율 산정·증여세 탈루 등 따져봐야
호반건설 “내부거래, 리스크 방지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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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열 호반건설그룹 회장
재계 순위 44위의 대기업인 호반건설그룹의 김상열(58) 회장이 10여년간 그룹 계열사 일감을 연간 최대 99%까지 몰아주는 방식으로 아들 소유의 회사를 키운 뒤 합병을 통해 아들에게 그룹 지배권을 승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31) 부사장이 이끌던 ㈜호반(옛 비오토)은 계열사들이 부어 준 ‘양분’(일감)으로 매출을 불렸고 그 덕에 지난해 호반건설과 합병할 때 김 부사장은 아버지인 김 회장보다 무려 다섯 배나 많은 주식을 배정받아 1대 주주로 올라섰다. 호반건설 자산 규모는 3조 6000억원이고 호반건설이 사실상 최상단에서 지배하는 33개 계열사 자산까지 합친 그룹 전체 자산 규모는 8조 2000억원대에 이른다는 점에서 ‘꼼수 승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호반건설 1대 주주가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호반이 처음으로 실체를 공개한 2008년 당시 김 부사장은 20세, 회사 자본금은 5억원에 불과했다. 호반건설그룹은 2016년까지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됐던 만큼, 장기간의 일감 몰아주기와 합병 등을 통해 치밀하게 그룹 지배권 승계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제대로 납부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인(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전형적인 대기업 편법 승계 방식을 따라 (규제) 이슈에서 자유로운 중견기업이 10여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승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또 “중견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자녀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 줘도 규제를 받지 않는 법적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경실련,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이윤아 부연구위원과 함께 6월 말부터 20여일간 호반건설과 계열사들의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호반건설 승계 과정상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전문가들은 크게 일감 몰아주기와 합병비율 산정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실제 김 부사장의 ㈜호반이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호반이 호반건설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계열사들과 내부거래를 한 비중은 2007년 45.2%에서 2010년 99.4%, 2012년 96.1%까지 치솟았다. 대부분의 영업을 계열사 일감으로 채웠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호반은 2007년 매출액 170억원, 당기순이익 223억원에서 2017년 매출액 1조 6033억원, 당기순이익 6165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17년에는 당기순이익이 호반건설의 3배까지 커졌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호반 매출이 정점을 찍은 직후인 지난해 초 ㈜호반은 호반건설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매출액이 더 많은 ㈜호반의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해 합병비율은 1대5.89로 산정됐다.

정도진(한국회계정보학회장)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감사보고서를 보면 합병 전 호반은 호반건설보다 인건비도 절반이고 연구개발 활동비도 거의 없어 미래가치 평가에 의문점이 많은데도 합병비율 산정 시 매출액이라는 사이즈만 중요하게 고려된 것 같다”면서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국세청이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과연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상속 과정이자 정당한 기업 몸집 불리기인지,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 법감정에 부합할 수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 측은 “내부거래가 많았던 것은 당시 시공·시행 등 건설사업 전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비슷한 업종끼리 합병해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회계법인 조언에 따라 합병한 것이고 비율 산정은 회계법인에서 진행한 것이라 우리가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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