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지옥’ 불 보듯 한데 48층 강행…계열 언론사 동원해 사익 추구

[언론 사유화 시도 호반건설그룹 대해부] ‘호남 최고층 건물’ 무리수 왜
입력: ‘19-07-21 18:28 / 수정: ‘19-07-22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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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반건설그룹이 광주시 서구 광천사거리 일대에 짓고 있는 48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광주 호반써밋플레이스. 주변의 낮은 아파트촌과 달리 홀로 우뚝 솟아 있어 건축 인허가 과정에 의혹이 제기된다. 상습 교통 혼잡 지역이어서 건축허가가 지연되자 호반건설그룹 계열 광주방송이 대대적으로 광주시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사거리는 이른 오전 시간에도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토요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왕복 12차선 도로인 사거리를 지나는데 거북이 운행을 하며 교통신호를 두 번이나 흘려보내야 했다. 인근에 위치한 백화점, 종합터미널, 유스퀘어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데는 30분 이상 걸렸다. 광천사거리 일대는 광주 신세계백화점과 종합터미널 등이 몰려 있어 출퇴근 시간과 주말이면 교통 대란이 벌어진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36)씨는 “지금도 예전에 비해 혼잡이 심해졌다”며 “호남에서 가장 높다는 주상복합건물의 입주가 시작되면 차를 몰고 집을 나설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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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종합터미널의 맞은편에 마치 바벨탑처럼 우뚝 솟아 있는 광주 호반써밋플레이스의 상가 및 아파트에 내년 초부터 상인과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되면 이 지역은 더욱더 심한 교통지옥 수준의 혼란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대로변에 위치한 호반써밋플레이스는 쌍둥이 빌딩 형태로 뻗은 아파트를 제외한 6층까지의 높이만 해도 바로 옆 15층짜리 아파트와 비슷했다. 3~6층은 광주방송(KBC) 사옥으로 사용되고, 1~2층에는 상가 55곳이 들어선다. 7~48층인 아파트에는 모두 246가구가 입주한다. 스트리트형 상가는 출입구가 대로변과 이어져 있는 형태로 아울렛과 유사한 구조다. 호반건설그룹의 계열사인 경기 광명의 쇼핑몰 아브뉴프랑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보면 된다.

상습 교통 체증 지역에 어떻게 이런 교통 혼잡 유발 초대형 건물이 들어서게 됐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허가 단계에서부터 호반건설그룹이 계열 언론사를 사익(私益)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계열사인 광주방송이 시행사로 나서고, 대주주인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허가가 지연되자 시행사인 광주방송이 직접 공개적으로 공공재(財)인 방송전파를 이용해 광주시를 비판하는 낯 뜨거운 장면까지 연출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의 박재만 공동대표는 “지금도 혼란스러운 지역에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면 교통 혼란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이런 식의 사업 추진이 가능했던 것은 한 계열 건설사와 언론사의 합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쇼핑몰과 유사한 형태의 대규모 상가단지, 방송국, 아파트가 혼재된 형태의 호반써밋플레이스는 당초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광주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다 광주방송의 대대적인 광주 시정 비판 보도 이후 조건부허가가 났고,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서대석 광주 서구청장은 “백화점과 터미널 등 다중시설이 밀집한 주변에 그같이 대형건물이 들어선 것은 도시계획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불합리하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또 “전임 시장 때 허가가 났지만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너무 높아 생뚱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광주방송은 2015년 7월 한차례 건축허가 신청을 냈다 철회한 후 같은 해 8월 다시 건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광주시 건축위원회가 “교통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낸 뒤 심의를 유보하자 광주방송은 광주시와 광주시 건축위원회를 ‘표적’으로 삼은 비판 기사를 대대적으로 쏟아냈다. 같은 해 9월 30일부터 10월 10일까지 2주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저녁 메인뉴스에서 건축 분야와 관련된 비판 보도만 10건을 내보냈다. 건축 심의 이전인 같은 해 8월 한 달간 건축 분야 행정 관련 보도는 없었으며, 심의가 통과된 이후인 같은 해 12월 한 달 동안에도 관련 보도는 1건에 그쳤다.

당시 광주방송이 내보낸 비판 보도는 제목만 봐도 의도가 엿보일 정도였다. ‘법 위에 군림하는 광주시 건축위원회’, ‘기부채납 요구 심각’, ‘건축심의위 엉터리 운영에 해명도 거짓말’ 등이다. 광주방송이 직접 신청한 호반써밋플레이스 건축 허가와 관련된 ‘40층 넘는 고층건물 광주는 왜 안 돼?’ 등도 있다.

당시 광주시는 모두 6건의 해명 자료를 냈다. 광주시는 해명 자료를 통해 “건축위원회는 보도와 달리 전원합의제가 아닌 다수결로 운영되고 있다”, “기부채납은 주변의 교통과 환경 등을 고려해 필요성이 있으면 위원회에서 심의할 수 있고, 사업 주체에게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40층 이상 건물에 대한 심의는 2015년 4월 이전 신청된 바가 없고, 2015년 5월부터 3건이 접수돼 1건은 취하, 2건은 서류 보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광주방송은 당시 ‘보복성 보도’ 논란이 커지자 “의도적인 보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광주 지역의 한 기자는 “당시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일었고, 광주방송의 이상한 보도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며 “건축 허가 심의 과정뿐 아니라 이후 언론사가 건설사처럼 직접 아파트와 상가 분양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에서도 논란이 계속됐다. 같은 해 11월 광주시 건축위원회가 결국 호반써밋플레이스에 대한 건축 계획을 조건부로 의결하자 시민단체협의회 등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호반건설이 언론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했다. 보도를 통한 부당한 압력에 광주시가 굴복했다는 의혹을 씻을 수 없다”며 건축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언론사를 동원한 호반건설그룹의 사익 추구 의혹과 주민 반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후 3년 넘는 기간 동안 ‘광주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주소’를 내세운 건축물 신축 공사는 계속됐다. 그리고 적절한 교통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완공과 입주를 앞두고 있다. 결국 광천사거리 일대의 교통 대란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2018년 광주시의 교통 관련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광천사거리의 주간 평균 교통량은 13만 3724대로 2017년(13만 1982대)보다 1.32% 늘었다. 이는 광주시 전체 55개 교차로 가운데 열 번째로 많은 교통량이다.

2016년 6월 청약에서 호반써밋플레이스는 최고 4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는 3.3㎡당 1239만원으로 광주 시내 신축 아파트 중 최고가였다. 국토교통부의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써밋플레이스의 현재 분양권은 최고 6억 4129만원(43층)에 거래됐다. 최초 분양가(4억 1720만원~4억 2640만원)에서 2억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다. 광주방송에서 퇴사한 한 기자는 “언론사가 건설업체의 사유물이 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성재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면에서 언론사를 이용하려는 행태”라며 “건설사들이 언론사를 소유하려는 이유는 이른바 ‘말의 권력’을 획득해 경제 권력과 명예 권력을 동시에 갖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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