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M&A 잡음’… 인수 직전 발빼고, 뒤엔 모르쇠

입력: ‘19-07-23 22:44 / 수정: ‘19-07-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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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아청과 인수 한 달, 조합과 논의 전무
호반 “면담했다” 조합측 “인사했을 뿐”

4년 새 M&A 시도 13건 중 6건만 성사
대우건설 우선협상 땐 7일 만에 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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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대아청과 건물 곳곳에 ‘중도매인 외면하는 호반과는 거래약정 못하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호반건설그룹이 대아청과 인수를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농민·중도매인과 향후 법인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하지 않자 중도매인들은 매년 대아청과와 맺었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호반건설그룹의 잦은 인수합병(M&A) 시도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M&A 직전 발 빼기로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키더니 지난달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시장의 농산물 도매법인 대아청과 인수 이후에는 한 달이 지나도록 “나 몰라라” 태도로 농민 및 중도매인들과 접촉조차 하지 않고 있어 큰 반발을 사고 있다.

1994년 대아청과 설립 후 25년간 도매법인을 키운 농민과 중도매인들은 “향후 경영 방향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것은 결국 대기업이 가만히 앉아 경매 수수료만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록 대아청과 중도매인 조합장은 23일 “시장 안에 제대로 된 선풍기가 1대도 없어 무와 배추가 엄청나게 썩어 나간다”면서 “이런 상황인데도 대화 시도조차 없는 것은 농민과 중도매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아청과는 가락시장에 반입되는 무와 배추 물량의 80% 이상을 거래하는 국내 무·배추 시장의 ‘큰손’이다. 전국의 농민들이 대아청과에 무와 배추 등을 보내면 중도매인이 경매로 사서 수도권 곳곳에 유통한다. 대아청과는 경매 대금 중 7%의 위탁 수수료를 챙긴다. 박준식 부조합장은 “사실상 경매만 알선하고 안정적인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라면서 “호반건설그룹이 대아청과를 인수한 이유도 김상열(58) 회장의 장녀인 김윤혜(28)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에게 이 같은 수수료 수익을 몰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반건설그룹은 “아직 정식으로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그랬는데 이달부터 대표이사 예정자가 출근해 현황 파악 및 임직원·중도매인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부조합장은 “이 조합장이 지난 22일 점심 식사를 하러 가던 길에 호반 측 대표이사 예정자와 잠시 인사만 했을 뿐인데 면담을 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호반건설그룹은 그동안 M&A 과정에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호반건설그룹이 2015년 이후 M&A를 시도한 것은 최소 13건에 이르지만 실제 인수가 성사된 것은 6건에 그쳤다. 대부분 막판에 발을 빼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1주일 만에 ‘손’을 든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전략과 ‘기업 노하우 탈취’ 의도를 의심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짜 인수할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자금력을 갖췄다는 것을 전국적으로 알려 중앙무대에 진출하려고 꾸민 일처럼 보인다”면서 “당시 토목에 약한 호반건설그룹이 실사를 빌미로 대우건설의 노하우를 낚아채려 벌인 일이라는 얘기도 돌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그룹 김상열 회장 일가의 승계 문제를 비롯해 그룹 계열사의 각종 갑질과 부당행위, 정관계 로비 등을 집중 취재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하셨거나 목격한 사례 등이 있다면 제보(hobanjebo@seoul.co.kr) 부탁드립니다. 제보해주신 분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집니다. 알려주신 내용은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호반건설그룹이 최근 포스코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서울신문 주식을 전격적으로 전량 인수하면서 서울신문의 3대 주주가 됐다. 공영언론의 길을 걸으며 그 어떤 환경에서도 진실의 촛불을 밝히고자 노력했던 서울신문 1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사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언론은 독립적으로 자본과 권력의 독단과 전횡을 감시하는 공공재(財)이자 사회적 공기(公器)다. 언론이 특정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여론을 호도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소한 중앙 종합일간지만큼은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의 사유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금융회사 대주주 승인 때처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의 이번 서울신문 주식매입을 언론 사유화 시도로 규정 짓고 호반건설의 도덕성과 기업 행태 등을 조목조목 분석하기로 했다. 호반건설이 과연 언론사 대주주로서 적합한지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다. 이번 작업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참여연대 등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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