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기, 또 쟤네만 풀어주나”…규제완화 땐 특혜·부패 시비

[규제개혁 틀 바꿔야 경제가 산다] <2>규제개혁은 이익집단 파워게임?
입력: ‘19-08-07 22:26 / 수정: ‘19-08-08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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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차 산업혁명 밑거름으로서 빅데이터는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이질적인 여러 플랫폼에서 모은 정보를 융합해야 빅데이터로서의 쓰임이 생긴다. 쇼핑, 게임, 동영상 시청 이력 등이 합쳐져야 소비자의 개별 취향과 활동을 추정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식의 빅데이터용 정보를 모을 수 없다. 이종 산업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이 명시적인 고객 동의 없이 백화점에 고객 정보를 넘길 수도 없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는 공유된 소비자 자료를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하지만, 한국에선 정보 수집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규제가 작동한다. 빅데이터는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기술로 분류되고 추적자(패스트팔로) 방식 한국 산업의 체질을 선도자(퍼스트무버)로 바꿀 도구이지만 정보 수집이 여의치 않은 처지에 빅데이터 산업화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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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출퇴근 시간 네 시간에 한해 카풀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이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한국은 ‘공유경제의 무덤’으로 불린다. 미국·유럽의 우버, 동남아의 그랩이 유료 카풀 서비스를 빠르게 확산시킨 동안 한국의 관련 스타트업은 서비스 축소 길을 밟았다. 심야 콜버스는 사업 내용을 바꿨고, 국내 1위 풀러스 직원은 한때 50여명에서 20여명으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야와 정부는 네 시간 한정 카풀 허용 법 개정안을 규제 해소 사례로 꼽고 있다. 정작 사업을 수행하는 스타트업들은 “이런 방식의 제한적 허용은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와 같다”며 아우성이다.

긴 규제 개혁 리스트를 들고 이번 회기 동안 12차례나 국회를 찾은 박용만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 등이 지적하는 한국의 규제 현실이다. 대체 왜 우리나라에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막아서는 규제가 첩첩이 쌓였을까. 해묵은 규제를 누구나 비판하면서도 왜 규제 개혁 논의는 지지부진할까.

의문을 풀 단초가 서울신문과 배화여대 박성민 교수팀이 진행한 ‘문재인 정부 규제 개혁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대기업 98곳, 중견기업 40곳, 중소기업·소상공인 151곳 등 총 289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견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자신의 업무와 관련성이 큰 규제 개혁에 대해 특히 만족하지 못한 상태로 드러났다. 역으로 산업 전반의 혁신성을 떨어뜨린 분야라 해도 규제와 관련해 얽힌 이해관계자 수가 적을 경우 현행 규제 수준에 불만족을 덜 드러냈다. 전 지역, 전 계층이 직간접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일자리 개선 규제 개혁 만족도’(2.21·기하평균)가 특정 산업 종사자만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생명·안전·환경에 관한 규제 개혁 만족도’(2.85·기하평균)보다 낮게 나타나는 식이다.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참여해 산업 전반 의견을 확인한 이번 조사는 3을 보통으로 설정해 5점 척도를 활용한 만족도 조사로 수치가 낮을수록 만족하지 못함을 드러내는 식으로 설계됐다.

세대별·지역별로 자세히 보면 징후는 더 명확해졌다. ‘신산업 규제 개혁 만족도’(2.46·기하평균)에서 20대 불만이 가장 높았다. 세대별 만족도 분산분석 평균은 20대 2.42, 30대 2.44, 40대 2.63, 50대 4.05다. 다만 60대 이상(2.55)은 2030세대와 비슷한 정도의 불만족 상태를 보였다. ‘창업·벤처 규제 개혁 만족도’(2.39·기하평균)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포착됐다. 20대(2.25)가 가장 야박하게 평가했고 30대(2.58), 40대(2.72), 50대(2.74), 60대(2.75) 순으로 불만족 정도가 약화됐다. 정부의 신산업, 창업·벤처 지원 대상이 청년층 위주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당사자’인 청년층이 관련 규제에 불만족을 표시하고 다른 세대는 상대적으로 이 분야 규제 개혁의 미진함에 덜 민감한 태도를 드러낸 것이다.

조사를 설계, 진행한 박성민 배화여대 교수(대한경영학회 부회장)는 “규제 개혁은 경제적 이슈임에도 마치 정치 지형 조사처럼 세대별·지역별 유관성에 따라 이해 당사자 간 인식이 구별되는 결과”라면서 “규제 개혁을 전체 산업 생태계를 성장시킬 도구로 보는 게 아니라 ‘파워게임’에서 이긴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호혜적인 조치로 보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총평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일상적으로 규제하되 특별한 조건을 갖췄을 때에만 규제 완화를 허용하는 현행 ‘포지티브 방식’(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 체계에서는 어쩌다 규제가 허용되면 특혜 시비가 따라붙고, 규제 완화 대상에서 제외돼 손실을 본 쪽에선 규제 완화 수혜를 입은 쪽이 부패한 수단을 동원했을 것이라고 의심하게 된다”면서 “규제 완화가 특혜, 부패란 인식으로 연결된다면 실무급 공무원은 구설이나 감사를 피하기 위해 현장 맞춤형 규제 완화 조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태도를 갖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진단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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