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남 7912억·차남 4766억… 호반, 2세 배 불린 ‘택지 몰아주기’

[언론 사유화 시도 호반건설그룹 대해부] 신종 ‘편법 승계’ 수단된 공공택지
입력: ‘19-08-08 22:38 / 수정: ‘19-08-09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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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그룹 김상열(58)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31) 호반건설 부사장은 지난해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해 그룹 지배권을 갖게 됐다. 5억원으로 ㈜호반의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이 확인된 지 10년 만이다. ‘벌떼 입찰’로 신도시·공공택지지구의 공동주택용지 44개를 쓸어간 호반건설그룹의 계열사 간 필지 거래를 분석하면, 어떻게 호반건설그룹의 지배권이 김 회장에서 김 부사장으로 이처럼 빠르게 넘어갔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재벌들이 수십년에 걸쳐서도 이루지 못하는 2세 승계 문제를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밀어주기’라는 신종 수법을 활용해 불과 10년 만에 뚝딱 해치웠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견 기업을 방치하면서 이 같은 편법·탈법 승계가 활개를 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8일 서울신문이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현황 및 전매 현황’을 토대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함께 분석한 결과 호반건설그룹은 김 회장과 부인 우현희(53) 태성문화재단 이사장이 소유한 회사가 낙찰받은 공동주택용지를 김 부사장과 김윤혜(28)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 김민성(25) 호반산업 전무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세 자녀의 회사를 키웠다. 여기서 발생한 분양 매출만 4조 1249억원, 분양 수익은 1조 1531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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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헌 호반건설 부사장
특히 김 부사장이 소유했다가 지난해 호반건설과 합병한 ㈜호반에 집중적으로 땅을 몰아줬다. 김 부사장이 지분 85.7%를 소유했던 ㈜호반은 LH 공동택지 20개 필지에서 아파트를 분양했는데, 이 중 9개가 김 회장 부부가 대주주인 계열사로부터 사들인 땅이었다. ㈜호반은 9개 필지에서 7912억원의 분양 수익을 올렸다.

20개 중 6개 필지는 계열사가 아닌 다른 회사로부터 사들인 땅이다. 이는 2008년부터 10년간 호반건설그룹이 다른 회사로부터 매입한 LH 공동주택용지 9개의 66.7%에 해당한다. ㈜호반은 6개 필지에서 2663억원의 분양 수익을 올렸다. 반면 자신이 소유한 ㈜호반 계열사들의 벌떼 입찰을 통해 얻은 5개 필지에서는 4307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결국 김 부사장 소유의 ㈜호반이 2008년부터 10년간 확보한 LH 공동택지에서 지난해까지 분양을 통해 벌어들인 돈 1조 4881억원 중 71.1%인 1조 545억원이 아버지 회사 등으로부터 넘겨받은 땅에서 비롯된 셈이다. 내부거래로 확보한 땅에서의 분양 수익은 2011년 521억원을 시작으로 2012년 894억원, 2013년 487억원, 2014년 3601억원, 2015년 2409억원에 이른다. 건설사 관계자는 “㈜호반의 2014년과 2015년 분양 매출이 급증한 것이 아파트 입주 시점인 2017년과 2018년 경영 실적에 반영되면서, 아버지가 최대주주였던 호반건설을 역인수 합병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전무도 택지 내부거래 3건을 통해 1조 5290억원의 분양 매출과 4766억원의 분양 수익을 올렸다. 또 김 실장 소유 회사는 2건의 내부거래를 통해 2671억원의 분양 매출, 458억원의 분양 수익을 챙겼다.

건설업계에서는 호반건설에 공동주택용지를 매각한 일부 업체가 사실상 호반건설그룹을 대리해 LH 입찰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 부사장과 김 전무 소유 회사가 계열사가 아닌 다른 회사로부터 사들인 공동주택용지를 살펴보면 경기도 화성 동탄, 김포 한강신도시, 고양 향동 등 ‘알짜배기’ 신도시 땅이 많았다. 그런데 LH는 2009년 6월부터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건설사가 상황이 어려워 전매를 해야 할 경우 ‘분양가 이하’로만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총 9개의 공동주택용지를 매입해 1조 8060억원의 분양 매출과 4491억원의 분양 수익을 거뒀다. 건설사 관계자는 “호반건설에 공동주택용지를 매각한 업체 중 일부는 광주를 기반으로 한 소규모 업체들로 확인됐다”면서 호반건설과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 2012년 4월 행정중심복합도시11M4를 낙찰받은 A건설사는 전매를 통해 김 전무가 최대주주인 ㈜티에스주택에 필지를 넘겼다. 티에스주택은 이곳에서 ‘세종 호반 베르디움 5차’ 아파트를 분양해 471억원의 분양 수익을 거뒀다. A건설사는 2011년 전북 혁신도시 호반베르디움 B-11 BL 사업을 호반건설과 함께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호반건설그룹이 신도시·공공택지지구의 LH 공동주택용지를 김 회장 자녀들의 회사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그룹 지배권을 승계할 수 있었던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국가기관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팀장은 “공공택지가 중견 기업들의 편법 승계에 악용된 것에는 국토부 등이 공동주택용지의 전매 규정을 너무 허술하게 적용한 것도 일부 책임이 있다”면서 “택지 전매 등에 대한 규정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만약 대형 건설사가 이처럼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공동주택용지를 싹쓸이하고 이를 오너 2·3세에게 넘겼다면 벌써 공정위 등에서 대규모 조사가 진행됐을 것”이라면서 “중견 기업들의 편법·탈법 승계에 대해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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