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원 배당하면 25원은 회장 주머니로… 기업 재산 빼돌리는 통로 ‘사업지원 계열사’

규제 비웃고 배당금 챙기는 ‘터널링’ 수법
입력: ‘19-08-12 22:42 / 수정: ‘19-08-13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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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30’ 대기업 계열사 17년새 1.8배 늘어
창고업 등 내부거래 쉬운 계열사가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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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가 재벌 총수 일가로 회사의 재산을 빼돌리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특히 국내 30위권 대기업들은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서비스업종 계열사를 대거 세운 뒤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의 배만 불려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이들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가만히 앉아 배당금을 챙기는 이른바 ‘터널링’ 수법이다. ‘터널링’은 땅굴을 파서 물건을 몰래 훔치는 것처럼 교묘하게 기업 재산을 총수 일가로 빼돌리는 행위를 말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는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재벌들의 신설 계열사를 이용한 터널링 행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자산 규모 30위 이내 국내 대기업의 계열사는 2001년 588개에서 지난해 1085개로 17년 새 1.8배 늘었다. 특히 이 기간 신설 계열사의 업종 가운데 부동산업과 창고·운송업, 시스템 통합·관리업, 사업시설관리업 등 다른 회사 업무를 돕는 회사들이 48.1%를 차지했다. 대기업 주력 업종인 제조업과 달리 거액의 투자나 연구개발(R&D) 없이도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들이다. 실제 2010년 이후 해당 업종 신설 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은 평균 22.0%로 다른 업종(11.4%)의 2배에 육박했다. 이런 사업지원 성격 서비스업 계열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은 평균 25.2%로 조사됐다. 총수 일가 명의의 직접 지분율과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가 보유한 간접 지분율을 합친 수치다. 이들 회사가 100원을 배당하면 25.2원은 총수 일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다른 업종의 신설 계열사에 대한 총수 일가 지분율은 19.5%로 낮았다.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 김주현 박사는 “공정거래법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있지만 상당수의 재벌 총수 일가들이 내부거래가 쉬운 업종의 계열사들을 많이 신설해 일감 몰아주기로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여전하다”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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