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역설인가… 5대 그룹 사장단 인사 ‘미풍’ 그칠 듯

국내외 악재에 연말 인사 ‘안정’에 방점
입력: ‘19-11-20 23:00 / 수정: ‘19-11-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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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적체요인 있는 임원만 대상 될 듯
현대차, 전무급 이하 소폭 승진 인사만
LG, 계열사 부회장 5명 모두 유임될 듯
SK, 사회적 가치 평가 결과가 최대 변수
롯데, 계열사 대표 등 대폭 교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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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금언이 주요 그룹의 연말 사장단 인사를 설명하게 될까. 일본 화이트리스트(포괄적 수출허가국)에서의 한국 배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경제 잠재성장률 악화 추세 등 복합 위협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주요 그룹들은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너무 큰 시기에 수장을 바꾸는 내부 인적쇄신을 감행하는 게 부담스러운 ‘불확실성의 역설’이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삼성에선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 간 셈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김기남 부회장의 직급에 맞춰 소비자가전(CE) 부문의 김현석 사장이나 IT·모바일(IM) 부문의 고동진 사장 중 승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이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체제 자체는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반면 그룹 해체 여파로 2016년 이후 대규모 인사를 못 했던 임원 인사엔 적체 요인이 많다. 그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형사재판 일정이 해를 넘겨 진행되더라도, 임원 인사는 삼성 그룹 인사 시즌이었던 12월 첫째주쯤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올해 창립 50주년 재도약 선언을 한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 간 인적 교류를 수반한 큰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고 점쳤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연말 인사 역시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월 1일부로 이사대우, 이사, 상무까지의 임원 직급 체계를 ‘상무’로 통합하고, 임원 인사를 연중 수시로 한다는 내용의 개편된 임원 인사제도를 도입해 필수적인 인사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 후 7개월 동안 이미 30여명의 임원이 교체됐다. ‘예측불허’였던 정몽구 회장의 인사 스타일과는 다른 정 수석부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방향성이 확실하고,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연말에 인사가 있더라도 매년 해 온 전무급 이하 승진 인사 정도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달 동안의 사업보고회를 마무리한 LG그룹은 이르면 다음주쯤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사의를 밝히며 무성해졌던 ‘세대교체’ 관측은 수그러들고 LG 계열사 5명의 부회장이 모두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SK그룹 내부에서도 ‘인사 폭풍’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SK㈜의 장동현, SK이노베이션의 김준,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의 3년 임기가 내년 3월로 모두 끝나지만 전부 유임될 것이란 평가가 많다. 1960년대생으로 ‘젊은 피’에 속하는 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변수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다. SK는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올해 임원 인사평가(KPI) 때부터 50% 반영하기로 했다.

다음달 중순 정기 인사를 앞둔 롯데그룹은 ‘안정’ 기조에서 벗어나 계열사 대표와 주요 임원급을 대폭 교체할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이 재판을 받던 지난 2년간 과감한 인사를 못한 데다, 오프라인 쇼핑 실적이 악화돼 유통 부문 인사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커머스 부문 강화를 위해 유통BU장을 비롯한 일부 계열사 CEO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신 회장과 롯데지주·계열사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 150여명이 참석한 경영간담회에서 “국내 및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다”며 비상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룹별 임원수가 대체로 줄어들어 ‘별 달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 속에서 컨설팅 업계 출신의 외부 수혈이 기업에 활력 요소가 될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DS부문 시스템LSI 사업부 기획팀에 구자천 상무를 영입했는데, 30대인 구 상무는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2011년부터 베인앤컴퍼니에 몸담았다. 지난달엔 이마트가 베인앤컴퍼니 출신 강희석 대표를 창사 이래 첫 외부 대표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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