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홀리는 음식보다 ‘진심 한 그릇’ 통할 것”

남윤서 사실주의베이컨 대표가 말하는 음식업계 ‘뉴노멀’
입력: ‘20-05-05 17:34 / 수정: ‘20-05-10 22:23
페이스북트위터블로그
첨가물 뺀 베이컨 전문점 운영하는 브랜딩 전문가
코로나 강풍에도 건강하고 투명한 먹거리는 생존
‘힙한 음식점’보다 음식 원물에 대한 관심 커질 것
확대보기
▲ SK 계열사 후니드는 본격적인 외식업 진출을 위해 사실주의베이컨과 손잡고 여의도에 240평 규모의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다. 남윤서 대표가 지난 4일 매장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차츰 잦아들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만큼 코로나19는 식생활을 비롯해 모두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꿨다. 외식을 멈춘 사람들은 배달을 시켜 먹다가 점차 집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식재료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져 가고 있다. 오프라인 식당들은 경쟁에 앞서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비대면 생활’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음식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올리브채널,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카페 등을 브랜딩한 남윤서 사실주의베이컨 대표를 지난 4일 서울 용산구의 매장에서 만났다.

“불확실한 시대에 사람들이 원하는 건 진실된 먹거리입니다. 특히 소비자가 음식을 구매하면서 판매자의 진심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코로나 영향은 없느냐”고 묻는 것이 습관이 돼 남 대표를 보자마자 같은 질문을 했더니 “다행히 살아남았다”며 안도했다. 그는 이태원 우사단길에 8평짜리 베이컨 전문점 문을 열기 전 올리브채널 이미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메뉴 컨설팅, 홍대 유명 카페 등의 컨설팅을 도맡았던 업계의 브랜딩 전문가였다. 2015년 한남동에 미국식 BBQ 레스토랑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든 그는 2년 뒤 이 가게를 접고 베이컨 사업을 시작했다. 좋은 돼지고기를 사용해 베이컨을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아질산나트륨, 설탕 등 각종 첨가물을 빼고 ‘있는 그대로’의 베이컨을 파는 식당 겸 정육점 콘셉트였다.

남 대표는 커리어를 살려 직관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매장에서 먹고 갈 수 있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메뉴를 더했다. 가게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빠른 시간 안에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당질제한식, ‘저탄고지’식을 하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팬덤도 생겼다. 베이컨은 코로나 기간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평소보다 두 배 이상 팔렸다. 전체 매출은 3년 전보다 3배 뛰었다. 올해 안에는 국내 한 대기업 외식업체와 손잡고 여의도에 240평 규모의 육가공 시설과 레스토랑을 오픈할 예정이다.
확대보기
▲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사실주의베이컨 매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존을 넘어 사업 확장까지 이뤄 낸 비결이 궁금했다. 그는 “BBQ 레스토랑 사업을 접고, ‘건강한 식재료’로서의 베이컨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고 돌아봤다.

남 대표는 먼저 코로나 전후로 달라진 소비자 반응을 언급했다. 예전에는 손님들이 주로 매장에서 먹은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힙한 레스토랑’에서 누구와 만나 어떤 음식을 먹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같은 해시태그를 달아도 게시글 내용이 확연히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초기에는 외식을 중단한 이들이 배달을 통해 음식을 시켜 먹었다면 시간이 흐른 뒤엔 온·오프라인으로 베이컨을 구매해 집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후 집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포스팅하는 게시글이 훨씬 많아졌다. 그는 “실제로 중국 알리바바에선 코로나 이후 신선식품 구매 비중이 5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외식 트렌드 보고서들을 읽어 보면 코로나 이후 건강이 생존 문제임을 직시한 소비자들이 원재료를 사고 요리를 하는 산업혁명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결국 진실되고 투명한 먹거리를 만드는 업자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마케팅이다. “진실된 먹거리를 파는 것을 어떻게 알리고 소비자들을 설득하느냐”가 중요하다. 남 대표는 미국 밀키트 선두주자였던 블루에이프런의 매출이 급락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제는 단순히 밀키트를 만들어 파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밀키트를 만들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팔린다”면서 “차별화만큼 좋은 마케팅 전략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사업 초기 베이컨이 SNS 중심으로 인기를 얻자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대기업 유통업체 MD들이 찾아와 입점을 제안했지만 이를 뿌리친 것이 차별화, 브랜딩에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서 베이컨을 팔려면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첨가물을 넣을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 순간부터 대규모 식품회사가 생산하는 베이컨과 다른 점이 사라지고 경쟁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브랜드 가치는 고유의 철학을 지켜 내는 것에서 온다”면서 “앞으로 원형, 원본, 원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며 고유의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는 것이 외식업의 새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글·사진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이종락의 기업인맥 대해부+
  • (94) 경영진 교체 등 승부수 띄운 넥슨, 새로운 성장동력 찾아낼까
    넥슨 일본 마호니·국내 이정헌 대표 체제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경영진 대폭 교체‘괴짜’ 허민 고문, ‘구원투수’로 영입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는 넥슨은 단순 명료한 수직적 지배구조를 지닌 회사다. 지난해 연매출이 2조 5296억원에 이를 정도로 회사가 커졌지만 국내 대기업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는 없다는 뜻이다.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
  • (93) ‘승부사’ 넥슨 김정주, 매각논란 딛고 제2도약 이뤄낼까
    김정주 대표, 한국 PC온라인게임 개척자지난해 매출 2조 5296억원, 최대실적기록올해초 매각 시도 불발 뒤 조직안정이 과제 김정주(51) 대표는 게임회사 넥슨의 창업주이자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대표이사다. 게임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넥슨을 창업해 글로벌 게임업계로 키우는 등 한국 PC온라인게임을 개척했다.김 대표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까지 잘한 ‘엄친아’다
  • (92) 글로벌 빅마켓에서 승부거는 넷마블 경영진들
    권영식 대표, 방준혁 의장과 21년째 동고동락 이승원 부사장, 글로벌실장으로 해외사업전담백영훈 부사장, 일본시장 성공의 1등공신넷마블 고속 성장의 비결은 장르를 불문한 우수한 개발력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준혁(51) 의장을 비롯한 넷마블의 주요 경영 리더 및 개발자회사들은 국내 모바일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 서울biz CI
    • 주소 : 100-745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번지) 서울신문사빌딩  |  대표전화 : (02) 2000-9000
    • 인터넷서울신문에 게재된 콘텐츠의 무단 전재/복사/배포 행위는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위반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