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 대피시키고 스러진 베테랑 소방관

신참 대피시키고 스러진 베테랑 소방관

입력 2013-01-01 00:00
업데이트 2013-01-01 00:40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화재현장 20년간 지킨 소방장… 후배 피신후 2층 무너져 순직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한 명이 또다시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후배들을 대피시키다 무너지는 건물에 휩쓸려 들어갔다.

이미지 확대
김형성 소방장
김형성 소방장
경기 고양시 구산동의 한 문구류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31일 오전 10시쯤 출동했던 일산소방서 소속 김형성(43) 소방장이 이날 오후 실종 일곱 시간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달 초 일산소방서에 배치된 김 소방장은 후배 소방관 2명과 함께 공장 내부로 들어갔다가 위급한 상황이 닥치자 후배들에게 “대피하라”고 소리쳤다. 후배들은 빠져나갔지만 곧바로 2층 바닥이 무너져 내렸고 김 소방장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됐다. 불은 공장 창고와 인접한 프랜차이즈 음식물 창고 건물 등으로 번져 건물 4동을 모두 태우고 3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큰 불길이 잡히자 김 소방장을 구하기 위해 굴착기를 동원해 수색 작업을 펼쳤다. 본관 건물의 H빔이 엿가락처럼 휘고 건물이 주저앉은 상황이어서 실종 지점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허비됐고 김 소방장은 끝내 본관 입구 쪽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소방장의 외침 덕에 후배 2명은 팔 등에 각각 1, 2도의 화상을 입고 목숨을 건졌다. 1992년 9월 30일 소방관에 임용된 김 소방장에 대해 일산소방서 이필균 예방과장은 “평소에도 늘 후배들을 챙기고 배려심 깊은 직원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소방장은 지난달 29일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김상민 일방과 같은 일산소방서 소속이다. 이틀 만에 같은 소방서에서 순직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변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침통해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3-01-01 22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