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대통령 집무실에서 ‘드랙퀸 공연’ 개최한 이 나라

‘세계 최초’ 대통령 집무실에서 ‘드랙퀸 공연’ 개최한 이 나라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4-05-17 18:59
업데이트 2024-05-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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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유명 드래그 퀸 ‘님피아’ 타이완 총통부 공연
‘성소수자 권리 옹호’ 차이잉원 총통에게 “감사하다”
오는 20일 임기 마쳐…라이칭더 차기 총통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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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계 미국인 ‘드래그 퀸’으로 유명한 님피아 윈드(가운데)가 15일(현지시간) 타이완 총통부에서  공연하고 있다. 자료 : 타이완 총통부
타이완계 미국인 ‘드래그 퀸’으로 유명한 님피아 윈드(가운데)가 15일(현지시간) 타이완 총통부에서 공연하고 있다. 자료 : 타이완 총통부


빨간색과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청록색, 보라색 바디수트를 입은 댄서 6명이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화려한 춤을 춘다. 긴 머리와 두꺼운 화장, 아찔한 하이힐로 치장했지만 이들이 남성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이들 ‘드래그 퀸’(여성처럼 치장하고 여성의 행동과 자세 등을 연기하는 남성)들이 등장한 곳은 타이완 타이베이의 총통 집무실인 총통부다. 타이완 총통부와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총통부에서 타이완계 미국인으로 의상 제작자이자 드래그 퀸으로 활동하는 ‘님피아 윈드(이하 님피아)’와 그가 이끄는 드래그 퀸 댄서들이 이날 공연을 열고 차이잉원 총통과 접견했다.

이날 공연은 님피아가 미국의 드래그 퀸 리얼리티 TV쇼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시즌16에서 우승을 거머쥔 것을 기념해 열렸다. 바나나를 연상시키는 노란 의상을 입은 님피아는 차이 총통이 보는 앞에서 레이디 가가의 ‘매리 더 나이트’와 대만 가수 황페이의 ‘쫒아, 쫒아, 쫒아’(追追追)를 립싱크하며 열정적인 춤을 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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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계 미국인 ‘드래그 퀸’으로 유명한 님피아 윈드(왼쪽)가 15일(현지시간) 타이완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자료 : 타이완 총통부
타이완계 미국인 ‘드래그 퀸’으로 유명한 님피아 윈드(왼쪽)가 15일(현지시간) 타이완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자료 : 타이완 총통부


공연을 마친 뒤 님피아는 “이곳은 아마 세계 최초로 드래그 쇼를 개최한 대통령 집무실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는 20일 임기를 마치는 차이 총통을 향해 “‘대만 엄마’가 된 8년 동안 이 나라를 위해 헌신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타이완은 아시아 국가들 중 성소수자 권리 옹호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꼽힌다. 중국국민당에서 민주진보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뒤 이같은 흐름은 더욱 강화됐다. 차이 총통 집권 1기였던 2019년 타이완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타이베이에서는 매년 10월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프라이드 퍼레이드’(성소수자 행진)가 열리며, 오는 20일 임기를 시작하는 라이칭더 차기 총통은 지난해 부총통 자격으로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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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계 미국인 ‘드래그 퀸’으로 유명한 님피아 윈드(가운데)가 15일(현지시간) 타이완 총통부에서  공연하고 있다. 자료 : 타이완 총통부
타이완계 미국인 ‘드래그 퀸’으로 유명한 님피아 윈드(가운데)가 15일(현지시간) 타이완 총통부에서 공연하고 있다. 자료 : 타이완 총통부


님피아는 자신이 직접 의상을 제작해 입는 드래그 퀸으로 유명하다. 그는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에 출연해 타이완의 열대 과일과 버블 밀크티 등 타이완을 상징하는 요소를 반영한 의상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차이 총통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님피아의 화려한 공연의 이면에는 사회의 멸시와 부정적인 눈초리에 대한 반항이 있다”면서 “그의 성장 과정은 타이완의 많은 청년들에게 용기와 두려움 없는 마음, ‘나 답게 사는 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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