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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비대면 거래 더 빨리”… 5060 “모바일뱅킹 교육을”

2040 “비대면 거래 더 빨리”… 5060 “모바일뱅킹 교육을”

최선을, 장은석, 김주연 기자
입력 2019-06-19 18:00
업데이트 2019-06-2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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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가 뜬다] <7·끝> 2060 세대별 원하는 금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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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세우빌딩 KB국민은행 회의실에서 2040세대 고객들이 각자 원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준(22), 김선택(34), 김문정(49), 임은경(36)씨.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세우빌딩 KB국민은행 회의실에서 2040세대 고객들이 각자 원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준(22), 김선택(34), 김문정(49), 임은경(36)씨.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금융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한·KB·우리·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고객 확보에 진력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계열사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금융 고객들은 어떤 서비스를 원하고 있을까. 2030세대는 더 쉽고 간편한 금융을, 40대는 연차를 쓰지 않아도 은행 일을 볼 수 있는 환경을, 5060세대는 모바일뱅킹 교육과 은퇴 후 자산관리를 ‘꼭 필요한 서비스’로 꼽았다.

서울신문이 19일 시중은행 자문단 등에 속해 있는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별 고객 10여명에게 앞으로 어떤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지 들어 봤다. 우선 새로운 서비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030세대는 더 빠르고 편리한 금융을 원했다. 이들은 평소 은행을 비롯해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사 영업점에 갈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김선택(34)씨는 “요즘 이른바 ‘인싸’(인사이더)가 되려면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들고 다니면 안 되고, 모바일뱅킹을 쓰더라도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면 안 된다”면서 “스마트폰 앱카드로 결제하면 주머니도 가볍고 편리하며, 토스 등 간편 송금 앱을 쓰면 빠르고 간편하게 이체할 수 있다”며 웃었다. 서울에 사는 주부 임은경(36)씨도 “지금은 스마트폰으로도 예금 등 금융상품 가입이 가능해 금융 서비스의 90% 이상은 집에서 이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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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오프라인으로만 가능한 금융 서비스들을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임씨는 “아이 이름으로 적금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본인 명의가 아니니 모바일뱅킹으로는 안 되고, 은행 지점에 가려니 너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바쁜 일상에서 고객들이 일일이 새 금융 서비스를 찾아서 공부하기는 어려운 만큼 금융사들이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앱을 개편할 때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먼저 알려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취업준비생 홍승연(26)씨는 “은행 앱들이 입출금 알림 서비스, 모바일뱅킹 앱, 페이 결제 앱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용량도 크고 여러 개를 설치해야 해 번거롭다”면서 “앱을 하나로 합쳐주면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과학기술대에 다니는 송준(22)씨는 “간편 송금 앱들이 많은데 1회 100만원, 1일 200만원으로 송금액이 제한된다”면서 “간편 송금 이용자들이 늘어난 만큼 송금 한도를 더 올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층에 특화된 금융상품이 더 많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송씨는 “적금을 포함해 재테크 상품은 기본 적립금액의 단위가 여전히 큰데, 금리가 높은 소액 금융상품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어 “요즘은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를 따지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은행들이 내놓는 적금이나 예금상품들은 금리가 다 거기서 거기인데, 이자를 주는 걸 넘어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문화 공연 행사를 개최하는 등 기대하지 못했던 혜택을 준다면 젊은 고객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허리 세대인 40대들은 점심시간 은행의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원 김모(40)씨는 “대출의 경우 거의 지점에 방문해야만 가능한데 점심시간에 가면 직장인들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상담받기도 힘들다”면서 “여러 은행의 모바일뱅킹을 쓰다 보면 대문자, 소문자, 특수문자 등을 섞어서 쓰는 비밀번호가 잘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서 5번 이상 틀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러면 꼭 은행에 직접 가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바일뱅킹이 보편화돼 편하긴 한데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만 알면 내 모든 통장이 아내에게 공개된다”면서 “남편들이 비자금을 숨길 수 있는 보안 금융상품들도 많이 출시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고객 자문단으로 활동 중인 이은경(44)씨는 “직장인이 은행 업무를 보려면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 시간에는 영업점이 너무 붐벼 결국 반차나 연차를 낸 적이 많았다”면서 “서울 광화문이나 여의도 등에는 퇴근 후에도 갈 수 있도록 탄력점포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문성영(30)씨도 “모바일 뱅킹을 많이 쓰지만 예금 외에 투자 정보는 얻기 어려워 주말에도 문을 여는 은행 지점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40대들도 간단한 거래는 은행에 직접 가는 대신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추세다. 서울에 사는 주부 김문정(49)씨는 “아이들 용돈을 체크카드에 넣어서 주는데 간편 송금 앱으로 공인인증 없이 편하게 송금하고 가족 외식을 갈 때도 스마트폰만 들고 가서 앱카드로 결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바일뱅킹이 활성화된 가운데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위한 서비스 확대도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말 건강보험공단에서 정년퇴직한 전종국(60)씨는 “우리 또래는 모바일뱅킹이라면 일단 겁부터 나고 개인정보 유출도 걱정한다”면서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모바일뱅킹 사용법을 스마트폰으로 배우기 힘들기 때문에 은행들이 노인 전담 상담원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은행 각 지점에 모바일뱅킹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좋겠다”면서 “노인들이 매번 직원들에게 사용법을 물어보는 것도 미안한데 VR로 모바일뱅킹을 반복 연습하면 학습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모바일뱅킹을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더 많은 만큼 금융사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또 은행들이 지점을 줄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프리랜서 교육 강사인 구선희(56)씨는 “어르신들은 눈으로 직접 통장에 찍힌 숫자를 확인해야 안심이 돼 종이 통장을 일부러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앞으로 노인 인구가 더 많아질 텐데 은행들이 수익성을 위해 지점을 줄이지만 말고 노인 배려 차원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입시 위주 교육이어서 금융을 비롯해 경제 관련 교육을 너무 안 한다”면서 “은행들이 지점에서 노인뿐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에게 주식 투자나 재테크 등 기본적인 경제 교육을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5060세대가 가장 원하는 금융 서비스는 은퇴 후 맞춤형 자산설계다. 전씨는 “시중은행들이 시니어 대상 서비스들을 많이 하는데 건강, 여가, 여행, 공연 등 비금융 서비스는 잘 돼 있지만 정작 금융 서비스는 부족하다”면서 “현재 은행들의 개인 맞춤형 시스템은 부족하기 때문에 핀테크 앱으로 이런 서비스를 내놓으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리은행과 49년째 거래하고 있는 기계설비업체 세일이엔에스의 심기석(64) 대표는 “은행을 비롯해 금융사를 선택할 때 이자와 금리만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면서 “일반적인 업무나 금리의 경우 시중은행들이 거의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얼마나 섬세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19-06-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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