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문어발식 M&A ‘富의 편법 대물림’

입력: ‘19-07-15 22:26 / 수정: ‘19-07-3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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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력업종 대아청과·덕평CC 등 사들여
김상열 회장 자녀 소유 계열사들에 넘겨
“총수일가로 재산 빼돌리는 터널링 수법
상속·증여세 회피, 가업승계 의도” 지적

호반건설 “건설업 탈피, 업종 전환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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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그룹 김상열(58) 회장이 이른바 ‘터널링’ 수법으로 세 자녀에 대한 ‘꼼수 승계’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그 근거로 꼽힌다. ‘터널링’은 땅굴을 파서 몰래 물건을 빼돌리는 것처럼 교묘하게 기업 재산을 총수 일가로 빼돌리는 수법이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다각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회삿돈으로 다양한 영역의 회사를 사서 김대헌(31)·윤혜(28)·민성(25) 3남매가 지배하는 계열사에 붙여 줌으로써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며 가업 승계를 마무리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그룹은 최근 본업인 건설업 외에 비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2017년부터 유통과 레저·관광, 언론 등에 집중투자하고 있다. 김주현 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 연구원은 “이 같은 문어발식 사업 다각화는 ‘터널링’을 통해 자녀들에게 주요 계열사를 하나씩 나눠 주고 계열 분리를 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 것”이라면서 “과거 재벌들이 많이 쓴 수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호반프라퍼티(호반베르디움)가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농산물 도매법인 대아청과를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호반프라퍼티가 대아청과 지분 51%를 287억 6400만원에 매입하고 나머지 지분 49%는 그룹 모태회사인 호반건설이 샀다. 호반프라퍼티는 김 회장의 장녀인 김윤혜 아브뉴프랑 마케팅실장이 30.97%의 지분을 갖고 사실상 지배하는 부동산 임대 및 오피스 시공회사다.

국내 채소류 유통 1위 업체인 대아청과의 지난해 매출액은 251억 1913만원, 당기순이익은 28억 9004만원으로 집계돼 있다. 국내 최대 공영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은 대아청과 등 6개 도매법인이 독점권을 갖고 있으며 이들을 거치지 않으면 농산물을 팔 수 없다. 이 같은 독점권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보장한다. 법적·제도적으로 보호받는 사업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김 회장이 다른 계열사보다 성장세가 더딘 장녀 회사에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 사업을 붙여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프라퍼티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전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다.

차남인 김민성 호반산업 전무에 대한 승계 작업도 ‘현재진행형’이다. 김 전무는 토목 위주인 호반산업 지분의 41.9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호반건설그룹은 2016년 울트라건설을 200억원에 인수해 호반산업과 합병시켰다. 호반산업은 올해 SG덕평CC를 인수하며 골프장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정희(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기업 총수들이 회사 자산으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된 기존 사업들만 사들여 자녀에게 넘겨주면 경제성장의 동력인 새로운 비즈니스를 일으키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업 다각화에 대해 호반건설그룹 측은 “회사 자산 구조상 현금이 많아져 건설업에서 탈피해 업종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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